틈의 미학 틈의 미학 돌 사이로 난촉이 보인다 그 어린 난 위의 세상이 무거워 보여 돌을 치우려다 멈췄다 나보다 먼저 공간이 어린 촉을 위해 틈을 벌려주었다 나의 부모가 나를 위해 세상의 틈을 벌렸듯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5
해우소에서의 단상(斷想) 해우소에서의 斷想 스스로를 가두어 세상과 단절한 후 한 곳, 중심으로 힘을 모으면 작은 공간에 펼쳐지는 신음 이윽고 파열되고 마는 긴장 보이지 않는 곳에 손을 내밀어 닦아내고서야 비로소 가벼움으로 다시 연결되는 세상 가끔은 덜어내면서 살아갈 일이다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5
멈춰진 시간 멈춰진 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햇살도 오늘은 창백하고 해야 할 일도 손끝에서 멈추어 버렸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이럴 땐 무엇을 해야 하나 오늘같이 바람 한 점 없는 날의 멈춰진 시간에는 정말..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5
짝사랑 짝사랑 오늘도 새벽에는 달이 지고 아침에는 해가 뜨는 지 그리운 생각만으로도 심장은 천둥처럼 울리지만 깊은 밤 서러움과 서글픔에 베개는 젖는데 행여 누가 알세라 혼자 여미어야 하는 가슴앓이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4
참새구이 참새구이 알곡 몇 알을 위한 숱한 날개 짓 허수아비의 눈 흘김을 애써 무시하는 불안한 눈빛…… 그 이후 꺾인 날개 샅샅이 헤쳐진 깃털 허술한 백열등 아래 뼈 녹고 살타는 연기 포장마차 터진 지붕 위 울며 절며 퍼덕이는 허연 유령의 춤사위 그 속 참새의 마침표 소주 한 잔으로 검붉은..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4
안개 속의 시운전 안개 속의 시운전 온 바다가 안개에 잠겼다 그 속, 물길을 만들어 배가 달린다 뱃머리 너머 안개 속 아직 다가오지 않은 바다 흩어진 안개 사이로 잠깐 몸을 열고 있는 바다 뒤돌아보는 순간 빠르게 물길을 닫아버리는 바다 다른 듯 같은 바다 같은 듯 다른 바다 안개 속에 잠겨 희미한 바..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4
홍매화 홍매화 매화 꽃잎 떨어진다 붉은 점점 작은 꽃잎들이 흩어진다 당신의 향기, 봄날 보다 더 빨리 더 멀리의 그리는 마음을 접을 때인가 꽃잎 하나 또 떨어진다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4
미완성의 말 미완성의 말 그대는 시를 쓰세요 나는 그대의 손끝에서 흐르는 사랑을 읽지요 그대는 시를 쓰세요 나는 옅은 안개 내려앉은 연못가를 걷지요 댓잎과 바람의 은밀한 속삭임을 엿들으면서 그대는 시를 쓰세요 나는 작은 돌로 물위에 파문을 만들지요 그대는 시를 쓰세요 물결이 테를 만들..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4
타조 타조 날고 싶은데 하늘이든 땅이든 단 한 번만이라도 울고 싶은데 모래밭이 강물 되도록 단 한 번만이라도 가슴 터져라 소리 내어 울고 싶은데 새는 눈물마저 말랐다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