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의 시운전
온 바다가 안개에 잠겼다
그 속, 물길을 만들어 배가 달린다
뱃머리 너머 안개 속 아직 다가오지 않은 바다
흩어진 안개 사이로 잠깐 몸을 열고 있는 바다
뒤돌아보는 순간 빠르게 물길을 닫아버리는 바다
다른 듯 같은 바다
같은 듯 다른 바다
안개 속에 잠겨 희미한 바다
내 눈에 희미한 바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여태까지의 수많은
어제들과 오늘 그리고 남은 내일들
발걸음을 떼어 놓는 모든 길이
시운전의 행로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