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불어오는 바람 늘 불어오는 바람 오늘은 바람이 부옵니다 플라타너스 무성한 나뭇잎을 풀어헤치며 짙은 녹색의 바람이 부옵니다 흔들린 잎에서의 알 수 없는 말들은 또 다른 바람이 되어 끊임없이 부옵니다 그래도 계절의 바람은 때론 그칠 때도 있거니와 나뭇잎이 흔들리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바람,..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8
범종소리 범종소리 우르르 밤을 토해내는 저 소리 ....... 떨림 소리마다 피는 푸른 멍 갈래갈래 실금 새겨진 마른 피부 우르르 밤을 토하고 있는 목쉰 저 울림, ............. 어, 머, 니,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8
동백꽃 동백꽃 무엇을 기다려 꽃봉오리를 열었나 이 계절에도 빨갛게 물들인 살결 내밀어 진홍의 향기를 봄바람에 날린들 그 무엇은 이미 흔적조차 없는걸 그러나 冬柏은 빨갛게 물들어야 하는 줄 알기에 꽃잎 끝에 맺힌 눈물을 짙게 물들여만 갑니다 아침햇살에 사라지는 이슬처럼 한 잎 한 잎..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8
시월에는 시월에는 쪽빛 내려앉은 하늘이 하도 눈부셔서 가을을 타고 갈바람에 취한 홍시가 하도 고와서 가을을 타고 산빛 붉은 너의 입술 시월에는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8
입동을 말하다 立冬을 말하다 아침이라 하긴 이른 시간이다 뿌연 그 시간마다 일터로 나가는 경계선을 넘는다 밤사이에 달라진 바람의 냄새가 코끝에 닿는다 하룻밤 만에 낙엽들이 길 위에 부수수하다 비스듬한 아파트 옥상의 공간 한쪽 달이 내려앉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 얼어붙었다 겨울로 들어서기..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8
열병(熱病) 열병(熱病) 나 모르게 밀물로 다가와 마음을 적시고 썰물같이 사라진다는 것을 잊게 할 만큼 또 적시고 盛夏의 숨 막힐 듯한 열기에 못 이겨 갈라진 논바닥처럼 깊은 흔적을 남긴 후에야 끝이 날텐가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8
그대 생각에 그대 생각에 물이 흘러간다, 초점 없이 물을 보다가 엉거주춤 물가에 앉아 두 손으로 물을 길어 올린다 물의 무게가 두 손에 얹힌다 물이 하 맑아 내 속까지 비쳐져 얼른 손을 털어버린다 물에 잠긴 내 그림자 흔들려 뒤돌아보다가 혼자 빙긋이 웃고 만다 어스름한 개울녘 작은 비탈 물풀..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8
초파일 연등 초파일 연등 누가 밤길에 등불을 들고 갑니다 내가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이 나를 보지 못할까 하여 등불 하나 들고 갑니다 내가 든 등불 하나 비록 내 앞만 겨우 비출 수 있지만 당신은 멀리에서도 등불을 봅니다 아주 먼 옛날 수많은 당신에게 비추어졌을 어느 가난한 여인네의 등 하..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8
빈자리 빈자리 빈자리가 있습니다. 당신을 위해 비워둔 자리이지요 어느 날에는 바람이 빈자리를 채우고 가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기다림이 빈자리에 앉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어있어야 존재할 수 있음에 색이 바래고 세월에 거칠어져도 그 자리는 당신을 위해 여전히 빈 채로 남아 있겠지요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8
사랑 뒷자리 사랑 뒷자리 물이 빠져 나간 자리 상처투성이의 갯벌이 어둡게 남아있다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하거나 잽싸게 틈 사이로 숨어들지 못한 것들은 질척거리며 버둥대다가 스스로의 상처를 만들고 갯벌의 생채기와 함께 쨍한 볕에 말라간다 그렇다, 내게 속했던 것들도 빠져나가면 상처가 된.. 시와 시조/ 詩集 바람의 소리 2012.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