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 정채봉 엄마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2012.03.13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겨울 강가에서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 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 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2012.03.13
가난한 사랑노래 -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 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2012.03.13
너를 위하여 - 김남조 너를 위하여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을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祝願).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 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2012.03.13
산 너머 남촌에는 - 김동환 산 너머 남촌(南村)에는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2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 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2012.03.12
향수 - 정지용 향수(鄕愁)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2012.03.12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 서정주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어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어 .. 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2012.03.12
목련꽃 브라자 - 복효근 목련꽃 브라자 목련꽃 목련꽃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꽃송이만할까 고 가시내 내 볼까봐 기겁을 해도 빨랫줄에 널린 니 브라자 보면 내 다 알지 목련꽃 두 송이처럼이나 눈부신 하냥 눈부신 저..... 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2012.03.12
진달래 - 이영도 진달래 - 다시 4.19 날에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 날 스러져 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련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2012.03.12
행복 - 유치환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 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2012.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