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落花) - 이형기 낙화(落花)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2012.03.08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 - 이외수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 두고 살아 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 감싸 안으며 나지막히 그대 이름을.. 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2012.03.08
너의 눈, 8월 - 나호열 너의 눈, 8월 너의 눈 그 노을 속으로 노을의 소멸 속으로 맨 발과 맨 몸으로 걷다가 무릎 꺾는다 지리산 노고단 천 오백미터 그 가슴에 사람과 사람의 마을과 마을을 벗어날 때 길다워진다 찬 이슬 내리고 비바람이 왔다가 가는 팔월이 있다 원추리 노랗게 노랗게 흔들리다 팔월이 가기 .. 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2012.03.07
작은 연가 - 박정만 작은 戀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流水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 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2012.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