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김연아의 금메달을 당연시 했다. 우리만 그런게 아니라 피겨를 아는 전 세계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쇼트게임에서의 불합리한 점수와 프리에서 러시아 선수에게 점수를 막 퍼주는 것을
보고 일말의 불안감도 있었지만 그녀의 마지막 몸짓이 끝났을 때 확신했다. 그녀의 우승과 올림픽
2연패를. 그러나 점수는 금메달이 아니었다. 아니 점수만이 금메달이 아니었다. 의연했던 김연아와 달리
요즈음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너도 나도 극히 일부를 뺀
전세계의 피겨팬들 또한 그랬다. 결과를 다시 뒤집을 순 없는 일. 화가 나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김연아의
자서전에 인용된 '이것 또한 지나 가리라' 는 말처럼 이번 일도 지나가게 되고 시간이 지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이 있고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단어가 있는 한 '김연아'란
이름은 영원히 따라 다닐 것이다.
이제 김연아를 경기장에서 볼 수는 없다. 금메달이 아니어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보다 이제 더 이상 그녀의 경기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아쉽고 섭섭한 느낌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어느날 김연아가 갑자기 피겨계에서 사라진다면 어떻게 하나' 한 외국의 피겨 전문가의 말이다. 명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녀의 수많은 스케이팅과 연기들.
어떤 멋진 프로그램을 들고 또 경기에 나올 지 두근거리면서 기다리던 그 시간들. 겨울이 지나고 봄기운이
가까이 다가왔다. 따스한 봄 날씨에 얼음이 녹듯이 사라지는 그녀의 스케이팅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서운하고 허전하다.
김연아가 어느 방송국 개국을 축하하기 위해 출연했다고 '너 참 이뻐했는데... 연아 근데 안녕'이라 했던
모 소설가, 교생 실습을 쇼라고 떠들고 다닌 모 교수, 김연아를 깎아 내리기 위해 물밑에서 진행된 일본의
추잡한 음모, 말도 안되는 소치에서의 결과. 그 모든 질시와 편견과 부당함을 이겨낸 그녀가 말할 수 없이 예쁘고,
비록 딸 같은 나이의 아가씨지만 충분히 존경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점프가 어떻고 점수가 어떻고는 이미
지워졌다. 그저 그녀의 아름다운 몸짓만 남아 았을 뿐.
'록산느의 탱고'를, '죽음의 무도'를, '세헤라자데'를, '레미제라블'을 그리고 '뱅쿠버와 소치에서의 올림픽'을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그녀의 메달 색깔이 무엇이든 '김연아- Yu Na Kim'이란 이름에는 피겨 스케이팅을 뛰어 넘는
무엇인가가 있음을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은반 위의 여왕으로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연아야, 이제 안녕, 너의 스케이팅을 볼 수 있어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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