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한 생각

달의 이미지

동솔밭 촌장 2012. 4. 1. 13:15

 

 

 

      

         창밖에 환한 달이 보인다. 이기대로 넘어가는 언덕길 위로 막 떠오른 보름달이다.

 

         달력을 보니 보름에서 하루가 지났다. 하루하루 무심코 지내는 동안 달이 뜨는지 마는지

 

         그 존재를 잊고 있을 때가 많다. 그러다가 오늘밤처럼 동네 앞의 야트막한 산등성이에

 

         살포시 떠오르는 달이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땐 유리창을 통해 실내로 들어오는 청량한

 

         달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일부러 거실의 등을 꺼본다.

 

         비교적 아파트의 높은 층에 살고 있는 덕택에 실내의 등만 끄면 달빛을 깊숙이 끌어

 

         들일 수 있다. 오늘 밤에는 구름도 한 점 없어 달빛이 더 밝고 더 맑다.

 

 

         맑은 하늘에서 뿌려지는 달빛을 온 몸으로 맞으며 어두운 곳에 가만히 서 있으니 마치

 

        샤워하는 느낌이 든다. 그 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고 싶기도 하다. 아무도 보는 이

 

        없으니 옷을 벗은들 무에 그리 큰일이 날까마는 스스로 부끄러워 그러지를 못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에는 햇빛과 달빛과 별빛이 있다. 그 중에 한낮의 햇빛은 강해서

 

        부담스럽고 별빛은 약해서 탐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달빛은 강하지 않으면서도

 

        풍부하다. 그러니 달빛으로 몸도 씻고 덤으로 마음까진들 못 씻으랴. 맑은 달빛 속에

 

        몸을 맡기면 절로 온갖 것이 다 씻긴다. 물로만 샤워하란 법이 없으니 달빛이 철철 넘쳐

 

        온 바닥이 젖는다 해도 쓸데없이 낭비한다고 누가 말할 것이며, 달빛으로 샤워를 한다고

 

        누가 사치스럽다고 흉을 볼 것인가?

 

 

        달이 고요한 어둠속을 지나갈 때 띄엄띄엄 흐르는 구름이 미처 달을 비키지 못해 스칠 때는

 

        무슨 소리가 들릴 듯 하여 긴장하기도 한다.

 

        ‘구름에 달 가듯이’ 목월 시인은 구름을 스치며 지나가는 달을 빌려 시를 썼지만 달과

 

        구름을 쳐다보고 있으면 거꾸로 달과 구름이 그 시에 맞춰 지나가는 듯 하다. 인간이

 

        우주선을 타고 달에 갔다 온 지 수 십년이 지났다. 달에 대한 신비감은 많이 줄었지만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달에 대한 감정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아직도 정월대보름과 팔월대보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달맞이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으고 있다. 미신이라든지 비과학적이라는 말은 하지 말자.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달은 여유롭고 풍요로운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이니까. 달을 보고

 

        때론 적막하거나 외롭고 쓸쓸하게 느끼는 감정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그 느낌에서 시가 나오고 그림이 그려졌다.

 

 

        대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한 방향으로만 보고 있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앞만 보고 살아갈 뿐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정서가

 

        메마르다고들 한다. 그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가끔 밤하늘이라도 쳐다보자. 혹여 달빛이 흘러내리면 그 빛에 마음 놓고 푹 젖어 보자.

 

        시들었던 가슴에 메마름이 가시고 잠시라도 마음이 풍요로워지지 않겠나.

 

 

                                                                                                               - 07. 04. 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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