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의 작은 이야기
세상이 온통 눈밭으로 변한 어느 날 아침
양평 두물머리의 새하얀 눈밭 위
희미한 점점으로 남아있는 비틀거린 발자국의 끝
꽁꽁 언 채로
화강암 돋을새김만큼이나 딱딱해진 작은 목숨
한때는 아름답게 반짝였을 깃털 위에
층층이 쌓인 하얀 침묵
강변 마른 풀 사이에 흩어져 있을 지도 모를 알갱이 몇 알
어둠이 더 짙어지기 전에
거센 눈발이 세상을 더 덮기 전에
마른 장작처럼 하마 굳어버린 내 다리일지라도
몇 발자국만이라도 앞으로 앞으로 더 가야 하리
어둠은 먹물처럼 짙어지고
둥지 속 노란 주둥이 쌕쌕 거리며 지쳐가고 있는
어린 울음이
희미한 눈발처럼 내릴 때
그미의 세상이 캄캄하게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