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누워
사랑하는 이여, 하루가 다해가는 시간
먼저 잠든 네 곁에 누워 어둠속에서
나는 먼 풀밭을 바라본다
흩어진 사금파리 같은 묵은 기억들이
아지랑이 피듯 아른거린다
싱그러운 풀냄새 가득한 그곳, 어둠엔들
연한 풀꽃 향 흘러 나비 날고
꽃술에 벌 앉는 것이 보이지 않으리
어둠이 익어가고 있다, 풀들이 일렁이며
눈꺼풀에 가까이 왔다가 멀어지고
멀어졌다간
또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
머리맡에 스며든 풀냄새 아득할 때쯤
나의 잠도 어둠을 따라 차츰 익어갈 것이다
뒤척이다가 맞댄 맨살이 뜨겁다
사랑하는 이여,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일은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는 것이 아니랴
우리가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맞댄 맨살로 서로를 덥혀
함께 익어가는 것이 아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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