散策後記
(태종대에서)
얼마나 많은 거울이 널려 있어
바다가 저리도 반짝이는가
햇빛은 파랗게 쏟아져 제멋대로 흩어지고
바람 들이치자
나무들은 제 몸을 마구 흔든다
너의 손을 잡고 걷는 길에 어느새
이쪽 귀에 파도소리
저쪽 귀에 나뭇잎 소리 걸려 있다
성마른 잎은 하마 낙엽이다
한참을 걷다보니 숨이 차다
벤치에 앉아 흘낏 너를 보니
눈가의 잔주름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구나
그래, 바람 불어야만 저 바다에 물결이 일던가
한 때는 사람들이 많이 오갔을 작은
돌계단 길이 보인다
우리 오늘은 저 길로 한 번 가보자
그 날, 너와 내가 걸어간 길에
파란 햇빛과 잔물결이 있었고
바람과 나뭇잎이 있었다
시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