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시간의 수채화
오늘 하루어치를 더 늙은 바다를 바라보며
모래밭에 쪼그려 앉았다
이 시간쯤에는 늘 그렇듯이
등굽은 햇살이 경계에서 어기적거리다가
모래밭으로 떼밀리고
열 마리쯤의 갈매기들은 둥지를 향해 날아가고
두어 마리는 남아
흩어진 햇살을 걷고 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물에 눈길 고정하고
한 생각 잠긴 척도 하지만
무엇을 더 생각하랴
무채색으로 깊어져 가는 바다 언저리에 앉아
모래밭 서성이던 바람 불어올 때
그저
얇은 옷깃 여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