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전암 가던 날
잔설속에 잠들어 있던 봄이
천성산 골짜기로 길게 퍼져 나가는
늙은 여승의 염불소리에
기지개를 켜던 날
아직 풋내 나는 석탑은
음력 정월의 햇살에 몸을 씻어
하얀 살을 드러 내지만
대웅전 앞 누런 잔디밭에 몸담아
철철 넘치는 햇살에 씻고 또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중생의 얼룩
곧게 뻗은 대나무 위로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기만 하늘이
밉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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