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길을 나서다

범어사에서

동솔밭 촌장 2012. 3. 7. 18:50

 

 

 

10월이라 각종 행사가 많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탄생하는 젊음도 많고 각종 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들도 다양하다.

 

청해서 가던지 청하지 않아도 가던지 덩달아 나도 바쁘다.

 

10월 첫 날인 어제는 서면 쪽으로 여직원 결혼식에 다녀왔고 오늘은 해운대 쪽에서 직원 아들의

 

결혼식이 있었다. 겸해서 범어사의 가을행사를 보기 위해 淑과 같이 나섰다.

 

광안대교쪽으로 향했는데 경찰이 광안대교 쪽의 길을 막는다. 영문도 모르고  되돌아서 다른 길로

 

가는데 또 막힌다.

 

광안대교를 통과하는 시민 마라톤 대회로 차량 통행이 몇 시간 동안 금지란다.

 

모르고 길을 나선 나의 잘못도 있지만 광안대교 쪽의 도로마다 그 흔한 현수막으로 큼지막하게

 

안내해 놓으면 좀 좋을까?

 

가는 도중 곳곳이 막혀 예정시간 보다 30분이나 지나서 도착하여 겨우 혼주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 바라무 - 범어사 개산문예대전 (05/10/01)


                                                                                                
범어사에 도착하니  마침 범패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보통 때는 쉽게 볼 수 없는 구경꺼리다.

 

비구승들과 비구니들이 어우러져 추고 있는 바라춤을 보고 있노라니 공연히 가슴이 울컥거리고

 

여러 생각이 든다. 깎은 머리가 파랗게도 보였다가 하얗게도 보였다가 한다.

 

잠시의 휴식시간에 공연장 끝에 서 있던 나이 든 비구니가 물을 찾는다.

 

마침 옆에 누가 두고 간, 물이 반 쯤 남은 생수병이 눈에 띄어 얼른 건넸더니 합장을 하고 받는다.

 

가을이라지만 한 낮의 볕속에서 고깔을 쓰고 가사장삼을 두르고 춤을 추느라 목이 말랐을 것이다.

 

감로수가 별 다른 것인가? 타는 목에 한 모금의 시원한 물이 감로수인게지.

 

 

 

* 범어사 나한전 (05/10/01)


 

나한전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이번 행사의 주제가 '문없는 문을 열다' 라고 한다.

 

애초에 문이 없다면 여는 일도 없을 터, 구태여 무엇을 열겠는가?

 

 

나한전의 색 바랜 나무기둥들이 눈에 다가선다.  가지런히 줄지어 서 있는 서까래들이 참으로 곱다.

 

갓 칠한 듯 붓끝의 놀림이 선명한 단청도 아름답지만 세월의 더께를 느낄 수 있는 바랜 단청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과 멋이 있음을 이곳 나한전의 처마를 보고서야 알았다. 

 

 

 - 05. 10. 02 -

 

'이런저런 일 > 길을 나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홍(三紅)의 계절  (0) 2012.03.28
가을찾기  (0) 2012.03.12
억새가 있는 풍경  (0) 2012.03.08
  (0) 2012.03.08
태종대에서  (0) 2012.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