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풀
밥상을 들고 나간 자리에
밥풀 하나가 오도마니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바깥을 나가려든 참에 다시 되돌아보아도
밥풀은 흰 성자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앉았다
바쁜 발걸음 아래에서도 발길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밟히면 그 순간 으깨어지고 마는 두려움,
그런 두려움도 없이
이 아침, 분주한 방바닥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이 어린 성자의 얼굴로
'시와 시조 > 향기가 있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에 관하여 - 조창환 (0) | 2014.08.02 |
---|---|
치마 - 문정희 / 팬티 - 임보 (0) | 2014.08.02 |
두 마리 물고기 - 박연준 (0) | 2013.10.26 |
짧은 얘기 - 이진명 (0) | 2013.06.29 |
물의 처녀 - 문정희 (0) | 2013.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