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밥풀 - 권영상

동솔밭 촌장 2014. 4. 15. 18:20

 

 

 

 

       밥풀

 

 

       밥상을 들고 나간 자리에      

       밥풀 하나가 오도마니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바깥을 나가려든 참에 다시 되돌아보아도
       밥풀은 흰 성자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앉았다
       바쁜 발걸음 아래에서도 발길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밟히면 그 순간 으깨어지고 마는 두려움,
       그런 두려움도 없이
       이 아침, 분주한 방바닥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이 어린 성자의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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