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켤레 운동화
저녁밥을 지으면서 어머니는
새하얗게 솔질한 운동화 부뚜막에 올려 놓았다
그때부터 운동화는 가마솥의 귀처럼 붙어서
불과 물 사이 새 싹의 꿈 태우고 밥으로 태어나는
쌀들의 빨라지는 맥박소리 들었을 것이다
무쇠 솥 뚜껑 사이를 비집고 흐르던
그 뜨거운 아우성 보았을 것이다
가끔은 너무 바짝 귀를 댔다가
부글부글 끓는 소리에 데기도 했던 운둥화
잠시 뜸을 들이며 싸들 호흡을 정리할 때
젖은 몸 생의 열기로 말라가던 운동화
사람의 하룻밤이 왜 따뜻했는지
사람이 허기가 어떻게 가라 앉는 것인지
운동화는 부뚜막에 앉아 들었을 것이다
나의 길 발 지문으로 새겨 놓고
지금은 늙은 어머니처럼 구석에 버려진
어린 시절의 저 운동화 한 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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