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서가(序歌) - 이근배

동솔밭 촌장 2012. 3. 21. 17:31

 

 

서가(序歌)

 

가을의 첫 줄을 쓴다

깊이 생채기 진 여름의 끝의 자국

흙탕물이 쓸고 간 찌꺼기를 비집고

맑은 하늘의 한 자락을 마시는

들풀의 숨소리를 듣는다

금실같은 볕살을 가슴에 받아도

터뜨릴 껓씨 하나 없이

쭉정이 진 날들     

이제 바람이 불면

마른 잎으로 떨어져 누울

나는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과 산다는 것의

뒤섞임과 소용돌이 속에서

쟁한 푸르름에도

헹궈지지 않는 슬픔을

가을의 첫 줄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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