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멍요일 - 박남희

동솔밭 촌장 2012. 3. 20. 13:52

 

멍요일

 

오늘은 멍요일이다

어젯밤 말 안 듣는 아들을 심하게 때리고
내 가슴에도 멍이 들었다
오늘 아침 아들 종아리에 난 멍자국을 들고
파주 낙원공원묘지 아버지 산소를 찾아간다
그동안 나를 키우시며 멍들었을
아버지의 멍자국을 만져보러 간다

무덤 위에는 어느새 풀들이 무성하다
바람은 무덤위의 풀을 흔들고
자꾸 내 마음을 흔들어 댄다

바람 속에 까칠한 멍자국이 보인다
세상에서 흔들리는 너무 많은 것들에게
더 이상 흔들리지 말라고 붙잡다가 생긴
멍자국을 가지고, 저 바람은 또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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