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산책하다
땅거미 없이 찾아오는 어둠이
온 바다에 드리워지면
그리워하던 것을 잊어야 한다
하얀 살결로
끊임없이 바위에 매달리던 파도는
제 풀에 지쳐 잠들려 하는데
한사코 어둠을 거부하며
바다를 딛고
하나,
둘,
심술을 밝히는 밤배
솔가지 숲이 어둠 속으로 불어내는
유혹의 숨결이
고요함을 밀어내면
내일 또 다시 그리워할지라도
이제
그리워하던 것을 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