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송정간 철길 (070325)
봄이다.
친구가 부른다, 괜찮은 산책길이 있으니 같이 가자고.
아차, 길을 잘못 들었다. 돌아가기도 그렇고 내려온 산 쪽으로 올라가기도 뭣하다.
불러준 친구도 초행길이었다.
살아가는 날 모두가 초행길 아니던가? 그냥 철길 따라 걷기로 했다. 위험 표지판을 애써
무시하면서.
마을과 마을을, 사람과 사람을 빠르게 이어주는 것이 철길이다. 그런데 철길은 만남의
의미보다 헤어짐의 의미를 강하게 느끼게 만든다. 영화나 TV 드라마의 영향 탓일까?
아마도 기차는 다가오는 느낌보다 멀리 떠나가는 느낌이 강해서 일 것이다.
*봄볕을 허리에 두르고 (070325)
철길에서 느끼는 온도는 기상대 기온보다 항상 높다. 제법 땀방울이 맺힌다.
오래 전에는 레일을 받치고 있었을 침목이 오늘은 봄볕을 허리에 두른 중년 남녀들의 길을
만들어 주고 있다.
콘크리트 받침대에 자리를 내어 주고 옆으로 밀려났지만 침목 특유의 탁한 기름 냄새는 아직
남아 있다.
제일 앞에 걸어가고 있는 친구가 오늘 우리를 부른 홍 아무개이고 그 뒤로 박 아무개 부부,
네 번째가 홍 아무개의 부인과 이 아무개의 부인, 그 뒤로 보이지 않는 이 아무개.
레일 위에 못을 얹어놓고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던 어린 시절,
기차가 지나간 후 바퀴에 갈려 납작해진 못을 찾느라(십중팔구 못찾았다) 겁 없이 레일 주변을
살펴 보던 일.
그 때는 달리는 기차마저도 아이들 놀이의 도구였다.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도로를 건너고 산길을 지나 철길 따라 바닷가 백사장으로 이어진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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