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즈믄의 첫날
오늘 뜨는 해가
어제의 해와 무엇이 다를까마는
먹다 남은 사과에 붙은 개미떼처럼
새벽바람에 묻어오는 파도냄새를 맡으며
사람들은 그렇게
바닷가 바위벽에 덜 깬 눈을 비비며 붙어있었다
너무 많은 사람의 눈이 부끄러웠을까
새 즈믄의 해는
갓 태어날 때의 주황빛 모습을 감추어 버렸고
아직 새날은 시작되지 않고 있었다
많은 안타까움과 탄식이
이른 날갯짓의 갈매기 울음과
한참을 어우러진 뒤에야
먼 바다 큰 구름의 주렴위로
조그만 새 즈믄의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작고 귀여운 해 , 밝은 해 , 씩씩한 해 , 노란 해
빨간 해 , 뜨거운 해, 따뜻한 해
사람들은 저마다의 해를 하나씩 안고
그제서야 제 갈 길로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