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길을 나서다

여름 휴가길

동솔밭 촌장 2012. 8. 11. 15:34

 

 

       갈수록 나서는 길이 뜸해진다, 이런저런 이유로.

 

       1년에 한 번 있는 휴가를 집에서만 보낼 수 없어 마음먹고 아내와 길을 나섰다.

 

       첫 번째 방문지는 겁외사(劫外寺). 성철스님 생가터에 조성된 절이다.

 

      

 

 

 

 

 

*성철스님 동상

 

 

 

스님의 동상 뒤로 생가터에 재현된 집이 보인다. 사진의 왼쪽 건물은 법당.

 

'시공을 떠난 절' 이라는 뜻을 가진 절집이지만 어리석은 중생들은 시공을 떠난 스님을 아직도 붙잡고 놓아 주지 않는다.

 

저렇게 큰 자신의 동상이 세워진 것을 스님이 보신다면 무어라 말씀 하실 것인가?  

 

사천에서 점심을 먹고 (내비아가씨의 안내를 따라 갔는데 꽤 유명한 집인 듯 손님도 많고 맛도 괜찮았다) 두 번째 행선지로 출발했다.

 

두번 째 행선지는 남해 독일마을. 남해의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이국적이고 예쁜 마을이다.

 

그러나 마을의 유래는 우리가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먼 독일 땅으로 떠난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피땀과 눈물에 닿아 있다.

 

 

* 독일마을 

 

독일마을  옆에 원예예술인촌이 있었다. 잘 가꾸어진 정원과 동화 속의 집처럼 예쁜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많은 사람들이 찾고 또 관리가

 

필요해서 그런지 한 사람당 오천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글쎄 오천원의 입장료라?

 

 

* 원예예술인촌의 한 집

 

 

 

 

더위에 지치긴 했지만 아직 해가 많이 남았다. 오는 길에 다랭이논으로 유명한 가천 다랭이 마을의 표지를 보았다.

 

멀지 않는 곳이라 예정에 없었지만 내친김에 가기로 했다. 내비아가씨에게 안내를 부탁했더니 더위에 지쳤는지 말투도 그렇고 길 안내도

 

시원찮다. 결국 시원한 그늘에서 쉬고 있는 마을 사람에게 한 번 묻고서야 제 길을 찾았다. 

 

 

* 다랭이논과 다랭이 마을

 

 

 

 

많이 알려져서인지 찾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과연 무엇을 보고 가는 것일까?  짧은 시간에 그저 주마간산으로 지나갔다.

 

호기심에 들르는 나 같은 사람이 마을사람 입장에서는 귀찮을 수도 있겠다.

 

 

 

 * CCTV 촬영 중

 

 

해가 서쪽으로 눕는다. 저녁을 먹고 잠잘 곳을 찾아야 한다. 숙소를 미리 예약하고 온 것이 아니라서 닿는대로 선택할 밖에.

 

왔던 길을 되돌아 가며 둘러보니 민박집과 펜션, 모텔 투성이다. 작년 여름 하룻밤이었지만 민박을 하면서 하도 고생을 해서 민박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펜션 역시 비싼 탓에 포기를 하고 보니 남는 것은 모텔이다. 성수기지만 작년의 경험에 의하면 한적한 곳의 모텔이 비싸지 않고

 

좋았다. 부부간에 들어가는 것이지만 관광지의 모텔과 달리 한적한 곳의 모텔은 왠지 기분이 묘했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갈 곳이 마땅찮다. 첫 날과 달리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뒤적이다가 다솔사'란

 

지명이 생각났다. 과히 멀지 않은 곳이다. 편의점에 들러 필요한 몇 가지를 사고 둘쨋날의 여정을 시작했다. 하루를 쉬어서인지

 

내비아가씨의 목소리가 오늘은 조금 상냥해졌다. 절이 가까워지자 나무들의 숨결을 느끼며 천천히 걸어가면 좋았을 숲길이 나온다.

 

자동차로 지나가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애써 마음을 달래며 절 마당 코앞까지 들어갔다.

 

천 오백년의 역사를 가진 고찰. 마치 그 오랜 역사를 지키는 것처럼 오래된 배롱나무가 마주보며 환영하듯 흐드러지게 붉은 꽃을 피웠다.

 

계절이 불타는 것이냐, 꽃이 불타는 것이냐?

 

 

*배롱나무(목백일홍)꽃송이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절의 법당에는 불상이 없다. 작고 아담하게 지어진 법당이지만 다포양식에 얹힌 팔작지붕과 단청은

 

옛 초례청 신부의 활옷처럼 화려하다.

 

 

* 다솔사 적멸보궁

 

 

오래전 이 절에 만해스님과 소설가 김동리 선생이 묵었던 모양이다. 지낸 시기는 다르지만 두 분이 지냈던 방안에 사진을 두었다.

 

그 방 앞에 황금편백나무 세 그루가 늘씬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다.

 

 

* 안심요

 

 

숲길을 걷진 못했지만 내려오는 길에 더위도 식힐겸 숲속 벤치에 잠시 앉았다. 뜸하긴 하지만 절쪽으로 차들이 올라간다.

 

키큰 나무 사이 푸른 하늘과 간간이 지나가는 구름.

 

벤치앞에 글자가 새겨진 작은 바위 하나가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표석이다.

 

다솔사가 자리잡은 봉명산의 정기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조선 고종임금 때 다솔사 경내에 무덤을 쓰지말라는 어명을 새긴 표석이다.

 

땀 냄새를 맡고 모기들이 달려든다. 몸통이 까만 모기다. 벌써 한 군데 물렸다. 조금 더 있고 싶었지만 또 물리기는 싫으니 출발할 수 밖에.

 

 

 

* 어금혈 봉표

 

 

이제 1박 2일의 여정이 끝나간다. 갈 때는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했지만 돌아올 때는 거가대교쪽으로 오기로 했다. 오는 길에 거제도의

 

가볼만한 곳을 검색해서 두 군데를 들러 가기로 했다. 공곶이와 바람의 언덕. 열심히 내비아가씨를 따라 첫번째 목적지인 공곶이 근처에

 

도착했는데 한낮에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많이 걷는 것은 아닌 듯 하지만 더위에 약한 아내가 자신없어 한다.

 

할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고 두번째 목적지인 바람의 언덕을 향해 달려갔다. 제법 사람이 많다. 땡볕에 노출된 팔은 익어가는데 바다쪽으로

 

돌출된 평지에 바람이 불어 벤치에 해를 등지고 잠깐 앉았다. 언덕에 세워진 풍차가 바다와 어우러져 한층 풍치를 더한다.

 

 

* 바람의 언덕과 풍차

 

  

 

1박2일의 짧았던 여정을 마무리 할 때.

 

섬을 가로질러 거가대교로 향했다.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긴 다리와 해수면 아래로 건설된 통로. 옅은 저녁햇살에 저 멀리 다리가

 

희미하게 보인다. 섬과 섬, 섬과 육지는 다리로 이어지는데 사람과 사람 사이는 무엇이 이어줄까?

 

 

 

* 거가대교

 

1박 2일의 여정. 딱히 더 갈 곳도 정하지 않았으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짧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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