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두 마리 물고기 - 박연준

동솔밭 촌장 2013. 10. 26. 11:21

 

 

 

 

 

       두 마리 물고기

 

                               

 

       어린 시절 목도한 부모의 교합 장면은
       지느러미를 잃은 두 마리 물고기가
       진흙 속에서 허우적대는 모습 같았다
       방은 어둡고 습했다
       두 마리 물고기는 괴로워 보였고
       오줌이 마려웠던 나는
       조용한 가운데 모아지는 호흡 소리와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낯선 움직임이
       무언가 애달프단 생각 때문에

       타버린 숲처럼, 쓸쓸한 기분이 들어
       눈을 감고 오줌을 참았다
       어쩌면 그때, 그 슬픈 몸부림을 빌려
       동생이 태어났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