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솔밭 촌장 2012. 4. 1. 12:57

 

 

3월1일, 삼일절이자 3월의 첫 휴일이다.

매화를 찾아 나섰다.  매화라고 하면 광양의 홍쌍리씨의 청매실 농원이 많이 알려져 있어

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매화축제는 보름 후에야 열리고 아직 꽃이 핀 나무가 몇 되지 않는다고 

들었지만 그 날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며칠 앞서 나섰다.  모처럼의 장거리 길이다. 

 

* 광양길의 가로등

 

 

맑고 따뜻한 날씨에 농원을 찾은 사람들이 제법 많아 붐볐다.  관광버스,승용차로 주차장이 꽉 찼다. 매실을 얻기 위한 농장이 

이젠 반쯤 관광지가 된 듯하다. 

 

*홍쌍리청매실 농원

 

 

    

수수한 몸매의 장독들. 맑은 햇빛을 한껏 들이키며 속을 다지고 있을 것이다. 

장이 익고 봄이 익고 더불어 내 마음도 익는다. 매실 장아찌와 매실 고추장 한 병씩을 샀다.

고추장에 버무린 매실장아찌의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혀 끝을 깨운다.

 

* 농원의 장독들

 

 

 

아직 조금 이른 탓인지 꽃을 피운 나무가 많지 않다. 간혹 만개한 홍매화는 몇 그루 보이는데 만개한 백매화는 거의 보기가 

힘들다. 백매화의 개화가 더딘 것인지.... 

 

 * 매화가지

 

 

 

조금 이른 탓에 일대가 매화 향기 속에 잠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띄엄띄엄 활짝 핀 매화에서 흩어진 향기는 먼 길을 

달려온 것을 잊게 한다.

매화가 모두  활짝 피어 향기가 온 공중을 감싸고 도는 광경을 상상해 보면 아찔하다.

 

 

 * 백매화

 

 

 

* 홍매화

 

 

 

 

군데군데 매화를 예찬한 옛 선비들의 시가 돌에 새겨져 놓여 있다. 지나가면서 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 조식 선생의 한시를 새긴 시석 

 

 

농원 한쪽에 옛 농가를 재연해 놓았다. 내 어린 시절, 외가에서 본 대청을 옮겨 놓은 듯 하였다. 이런 것에 정감이 가고 자꾸

눈에 들어오는 것이 나이 탓은 아닌지......

 

* 옛 시골 농가의 대청

 

 

 

조금 이르긴 하지만 예년에 비해 날이 따뜻해서 은근히 활짝 핀 매화를 기대했는데 다소 섭섭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아야 

마음에는 길게 남는 것이 아니겠는가? 

청매실 농원에서 바라 본 섬진강. 모든 움직임이 정지된 듯 고요하다.

 

* 섬진강 유역

 

 

 

 

기왕에 먼 길을 왔으니 쌍계사에 들렀다가 가기로 했다.  몇 년만의 방문이다. 이번이 3번째의 방문인데 이상하게 낯설다.

절 입구에서 오랜 세월 동안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 보았을 고목. 때로는 묵묵히 곁에 있는 것 만으로도 든든한 것이 있다.

 

* 쌍계사 입구의 고목

 

 

 

절 마당에 아직 익지 않은 석탑이 높게 서 있다.  시간이 흐를만큼 흘러야 익는 것이 자연의 순리가 아니던가?

 

* 9층 석탑

 

 

 

이쪽과 저쪽,  작은 문에 늘 막혀 살아가는 것이 중생의 삶. 해탈에 이르는 문은 늘 열려 있는데도.

 

* 해탈문

 

 

 

대웅전 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 최근에 조성해서인지 화강석들이 아직 깔끔하고 가볍게 보인다. 

시간이 가면 세월의 더께가 얹힐 것이다.

* 진신사리 모신 곳

 

 

 

범종각의 사물들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  소리는 소리를 부르고, 다시 그 소리는 천지를 부르고.

'두둥둥, 쿠궁쿵, 따당땅, 타닥탁'. 

단청에 청색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종각이 화려하게 보인다.

 

 * 범종각

 

 

 

쌍계사를 오가는 길에  전에는 보이지 않던 ‘최참판댁’ 이란 푯말이 보인다. 

‘최참판댁’이라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박경리 선생의 ‘토지’라는 소설이고 소설의 주 무대가 하동 평사리가 아니던가? 

그냥 지나칠 수야…….

 

* 박경리 토지 문학비

 

 

 

‘최참판댁’은 TV 드라마의 셋트장을 관광지화 해 둔 곳이다. 셋트장 제일 뒤쪽 작은 길을 지나면 지역 문인들이 마련한 

평사리 문학관이 자리잡고 있다. 

 

* 평사리 문학관

 

 

'토지'의 주 무대인 평사리 일대. 작은 산 아래에 카펫을 펼쳐놓은 듯 그리 넓지 않은 논밭과 산 아래의 가옥들.

'평화스러운'이란 말이 어울리는 곳.

 

* 평사리 일대

 

  

산이나 들의 꽃을 잘 꺾어 오진 않지만 어찌할 수 없는 충동에 매화 작은 가지 하나씩을 꺾었다. 

꽃병에 꽂아 거실에 두었더니 다음날 퇴근해서 보니 활짝 피었다. 공연히 기분이 좋아 입이 헤블레 해졌다. 내 기분을

눈치 챘는지 한 향기를 슬쩍 흘려준다.

 

* 매화꽃병

 

  

묘목 하나와, 꺾은 매화 가지를 차에 싣고 오니 이 봄의 매화를 나 혼자 다 가진 듯 하여 무척 좋았다.

다만 오는 도중에 갑자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미처 그 기분을 끝까지 유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