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시조/향기가 있는 詩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 윤성택

동솔밭 촌장 2012. 3. 19. 13:46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계단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뎠습니다
들고 있던 화분이 떨어지고
어둡고 침침한 곳에 있었던 뿌리가
흙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내가
그렇게 기억을 엎지르는 동안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내 안 실 뿌리처럼
추억이 돋아났습니다
다시 흙을 모아 채워 넣고
손으로 꾹꾹 눌러 주었습니다
그때마다
꽃잎은 말없이 흔들렸습니다

앞으로는 엎지르지 않겠노라고

위태하게 볕 좋은 옥상으로

너를 옮기지 않겠노라고
원래 있었던 자리가

그대  자리였노라고
물을 뿌리며

꽃잎을 닦아 내었습니다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