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집에서
산골 집에서
산골 집에서 머문 날
헛간 옆에 힘들게 앉아있는
탈곡기도 반갑고
할 일 없이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는
도리깨도 반갑고
마당 한 구석에 둘둘 말려있는
멍석도 다정하다
곰 발바닥 같이 거친 무쇠 솥 아래로
쉴 새 없이 입 벌려
마른 장작을 삼키고 있는 아궁이 뱃속에는
주황빛 불꽃이 춤추고
검은 삿갓 모양으로 엎어져
거친 숨을 내뿜고 있는 솥뚜껑을 보노라면
산골에는
저녁노을 없이도 해가 지는데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초봄의 밤
황토마당 한복판에 서서
잊고 있었던 밤하늘을 쳐다본다
일찍 해가 진 산골의 밤하늘에는
낯익은 별들과 낯선 별들이 어우러져 총총하고
검은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산머리 위로
가끔씩 별똥별이 스칠 듯 부서져 내릴 때
밤을 걷는 사람에게 짖는 누렁이 소리만
침묵을 깬다
크게 입을 벌리고 고개를 젖혀
쏟아져 내리는 별빛을
한 입 가득히 마신다
白水晶 같은 별을 가슴에 담아두는 밤에는
무엇이든 다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