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뒷자리
사랑 뒷자리
물이 빠져 나간 자리
상처투성이의 갯벌이 어둡게 남아있다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하거나
잽싸게 틈 사이로 숨어들지 못한 것들은
질척거리며 버둥대다가 스스로의 상처를 만들고
갯벌의 생채기와 함께 쨍한 볕에 말라간다
그렇다, 내게 속했던 것들도 빠져나가면
상처가 된다
미처 추스르지 못한 상처는 사라지지 않고
조금씩 마를 뿐이다
그 상처가 트고 다시 아물 만큼의 시간 뒤
밀물이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기대는 늘 배반과 동의어가 된다
밀물은 더디고 썰물의 시간은 길기만 하다
아니다, 이렇게 고쳐 쓴다
밀물이 있고 난 후 썰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