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의 노래
우체통의 노래
한낮의 물상들이 어둠에 잠겨가듯 사라지노니
‘그대의 반짝이는 눈동자에 나의 영혼이 빠져들고 있습니다’
늦도록 시집을 뒤적여 찾은 말을 슬쩍 끼워 넣으며
밤새 몇 번이고 고쳐 쓴 꽃무늬 편지에
며칠을 같이 두근거리는 일도 이제는 낯설고
‘아버님, 어머님
저는 타향생활이지만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모쪼록 저는 걱정 마시고 건강하게 안녕히 계십시요’
글 속에 숨어 있는 자식의 눈물을 용케도 읽어내고
‘객지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 아비와 어미는 잘
지내고 있으니 염려 말고 바쁘더라도 끼니 굶지 말고
꼭꼭 챙겨 먹거라‘
쓰여 있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긴 얘기에
눈시울을 적시던 일도 오래전의 기억이 되었다
일주일을 넘나들던 말들이 손가락 끝에서
일분이면 족하다
서산에 해 저물 듯 빨리 가라앉는 세상
머물 행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