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찾기
바람이 나긴 났나 보다. 이 달 들어서 주말마다 바깥으로 나갔으니....
오늘은 통도사쪽으로 바람이 불었다.
* 통도사 자장암의 금와석굴 (051022)
자장암은 자장율사와 금개구리의 이야기로 유명한 통도사의 암자이다.
자장암 관음전 뒷편에 자리 잡은 암벽에 작은 석굴 -석굴이라지만 엄지와 검지로 만든 동그라미 정도
크기의 구멍-에 금개구리가 살고 있으며 칭하여 '금와보살'이라고 한다.
자장암을 찾는 사람들은 으레 금와보살을 보려고 한다. 그러나 신심이 돈독한 사람에게만 보이므로
친견 못하고 돌아서는 불자들이 더 많다고 한다. 淑의 친구 한사람도 몇차례나 친견하러 왔으나 허탕치고
돌아갔단다. 그런데 무슨 조화인가, 첫 방문인 우리에게 현신하심은?
플래시를 터뜨리면 놀랄까봐 조심스럽게 그냥 찍었더니 겨우 형태만 찍혔다.
그 작은 석굴에서 무엇으로 연명하면서 지탱하는 지 참으로 신기하다. 또 보이지 않을 때는 어디에
있는지?
만약 그 구멍 밖으로 나갈 경우에는 바닥에서 석굴까지의 높이나 석굴의 크기로 보아서는 작은 개구리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을 만큼 높다.
보기에는 그저 작은 줄무늬 개구리로만 보이는데 정녕 불심으로만 바라 보아야 하는 것인지....
(처음에는 '마리'라 했는데 스님과 절의 보살이 '분'이라고 말하기에 나도 '분'으로 바꾸었다.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해서 셔터 소리가 나면 사라진다고 한다)
스님이 지나가면서 '오늘은 두 분이 나와 계시네'하는 말에 떠나기 전 다시 들여다 보았더니
정말 두 분이 나와 계신다. 불심도 없이 그저 호기심만으로 들여다 보고 카메라를 들이대었던
중생이 한심하게 보여 측은지심에 전송하러 나오신 것인가도 모를 일이다.
* 자장암서 통도사쪽으로 오는 길에서 (051022)
자장암에서 돌아오는 길에 초록의 수풀 사이에서 불타고 있는 단풍 한 그루를 보고
잠시 멈추었다.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목격한 '불타는 떨기나무' 의 빛이 저러했을까?
양산 통도사는 법보사찰인 합천 해인사, 승보사찰인 순천 송광사와 더불어 삼보사찰로 유명한 불보사찰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대웅전에 불상을 모시지 않았다.
금강계단의 네 모서리를 나무 기둥이 받치고 있는 형태가 특이하다. 네 모서리를 받친 나무기둥 때문인지
정면에서 바라보니 마치 커다란 가마를 내려놓은 듯한 모양이다.
팔작지붕의 선이 은근하게 내려 오다가 끝에서 살짝 치켜든 자태가 예사롭지가 않다.
*통도사 봉발탑 (051023)
통도사 경내의 용화전 앞에 있는 독특한 형태의 탑이다. 보물 제 471호인 이 탑은
발우 형태의 탑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탑 앞에 서서 나의 밥그릇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 통도사 용화전의 나무문살(051022)
특별한 기교없이 단순한 가로 세로 격자형 문살이지만 가을햇빛이 알아서 그림자 문양을 만들었다.
안에서 문을 열어놓고 귀 기울인다면 무척이나 많은 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새소리, 바람소리, 낙엽지는 소리, 단풍드는 소리, 산그림자 내려오는 소리는 물론이거니와
겨울에는 눈이 쌓이고 또 녹아 한 방울씩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 같다.
* 작은 연못에 빠진 가을-통도사 구룡지 (051022)
물빛이 원래 파란 것인 지, 아니면 가을하늘이 물에 빠져 파란 것인 지....
물 위에는 물든 채 낙엽이 된 이파리들이 떠다니고, 물속에는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이 빠져있다.
물 위에 떠다니는 나뭇잎은 실체이고, 가라앉아 있는 나뭇잎은 허상이다. 과연 그러한가?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 했다.
나비가 꿈을 꾸어 장자가 되었는지 장자가 꿈을 꾸어 나비가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 쑥부쟁이 (051022)
대표적인 가을꽃... 국화, 코스모스. 그 외에 그저 부르기 좋은 이름으로 들국화라 불리우는 꽃들이 있다.
가을이 되면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쑥부쟁이도 그 중의 하나.
요사이는 야외에서 들꽃을 보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잠시 들여다 보고 지나가게 된다.
* 통도사 서운암의 장독대 (051022)
줄 지어 선 장독들이 가을 햇볕을 빨아들이며 부지런히 숨쉬고 있다.
'마지막 열매들이 영글도록 명하시어 /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따뜻한 날을 베푸시고/
완성으로 이끄시어 무거운 포도 송이에 / 마지막 단맛을 넣어 주십시오'
- 릴케의 詩 '가을날' 중에서 -
장독속에서 숨쉬고 있는 된장, 고추장에도 이 가을의 햇살이 마지막 단맛으로 한창 배어들고 있을 것이다.
서운암에는 특징적인 것이 셋 있는데, 넓은 터에 수십종의 야생화와 수 백그루의 감나무
그리고 된장 고추장을 잔뜩 담고 모여 있는 장독들이다.
감은 달고 시원하였고 고추장은 먹고 난 뒷맛이 깔끔하게 느껴졌다.
- 05. 10. 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