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한 생각

달빛과 밤바다

동솔밭 촌장 2012. 3. 12. 13:37

 

 

 

         엊저녁에 행사가 있어서 해운대에 있는 한 호텔에 갔었다.  늦게 행사를 마치고 행사장을 나오기 전에

 

         바다 쪽으로 나있는 넓은 창문을 통해 밤바다를 잠시 쳐다보았다.

 

         낮 더위는 있었지만 밤의 해변은 조금 쌀쌀했던지 해변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적었다.


         구름없는 하늘에 밝게 떠 있는 달과 물결에 잘게 부서지는 달빛.

 

         바다에 비친 달빛은 마치 은실로 짠 그물을 해변까지 길게 이어 놓은 듯 했다.

 

         부산에 살고 있으면서도 바다를 의식하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치지만 가끔 달빛이 비친 밤바다를 볼 때가

        

         있다. 밤바다는 참 묘해서 같은 달빛이 비치더라도 장소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시운전 중에 바다 한복판에서 볼 때와 육지 쪽에서 바다를 향해 볼 때의 느낌이 각각 다르다.
 

         시운전 중에 보는 달빛바다는 쓸쓸함으로 가득하다. 배가 지나가는 자리 뒤로 달빛은 깨어진 얼음조각처럼

 

         흩어지면서 창백하게 빛을 내고, 멀리 보이는 육지의 불빛은 숨죽이며 깜빡거린다.

 

         엔진소리와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귓가로 흘리며 선교에 서서 혼자 가만히 바다와 육지를 번갈아 보고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마치 내가 낯선 곳에 들어선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등대지기'란 노랫말 중의 일부이다.

 

        아마도 얼어붙은 달 그림자는 바닷물에 반사된 달빛일 것이다. 바다는 바람이 없는 날에도 늘 잔물결이 일기

 

        때문에 해변이나 해변 가까운 곳에서 보면 달빛도 흔들리게 마련이다.

 

        바닷물 위에 정지되어 있는 달빛은 없다. 그러나 바람이 없는 날 약간 높은 지대에서 멀리 바다를 보면

 

        달빛이 바다 위에서 얼어붙은 듯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의 바다에서 나는 고요함을 본다.


        온 몸으로 고요함을 느낀다. 야간에 출항하는 배에서 울리는 뱃고동이 달빛을 흔들어 놓기 전까지의

 

        고요함이 나는 좋다.


        어젯밤에 보았던 바다, 멀리의 바다는 빙판에 달빛이 반사되는 듯 하였고 해변까지 이어진 달빛은 물결에

 

        잘게 부서지져 반짝였다. 고요한 바다, 그저 좋은 밤바다였다.

 

 

 

                                                                                                               - 2004. 6. 4 -